Medical, Heath

암 환자의 빈혈 치료가 항암 효과 경감시켜

장종엽엔에스 2007. 10. 28. 11:46
두경부암(head-and-neck cancer) 환자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빈혈(anemia)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로 에포에틴 베타(epoetin beta)라는 것이 있다. 이 약물이 항암 치료 효과를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의 저명한 의학 전문 학술지 “란셋(The Lancet)”, 10월 18일자(362권, 9392호, 1255-1260)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독일과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어느 암이든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hemoglobin)의 양이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보이면 치료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두경부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악성 종양을 방사선을 이용해 치료할 경우에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양이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진의 애초 예상은 빈혈을 막는 에포에틴 베타 약물을 사용할 경우 방사선 치료 효과가 오히려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에포에틴 베타 치료가 방사선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빈혈과 함께 두경부암을 앓았던 35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빈혈 치료제 복용이 방사선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임상 연구를 시도했다. 환자들을 무작위 분류한 후 한 부류에는 에포에틴 베타를 투여하고, 다른 부류에는 위약(placebo)을 투여했다. 빈혈 약물 투여는 일주일에 3회였으며,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기 열흘에서 14일 전부터 시작해 방사선 치료 기간 내내 약물 치료를 계속했다.

그 결과 에포에틴 투여를 통해 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약물 투여군의 82%에서 빈혈이 사라진 반면, 위약군에서는 15%에서만 빈혈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항암 치료 효과 면에서는 에포에틴 베타 투여군의 결과가 더 나빴다. 사망할 위험도 더 큰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가 일어난 명확한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암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receptor)가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에포에틴이란 약물은 에리트로포에틴(erythropoietin)이란 호르몬을 모델로 삼아 개발된 약물이다. 그런데 일부 암 세포 표면 수용체가 에리트로포에틴이란 호르몬과 상호작용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이 수용체가 자극을 받으면 종양의 성장이 증가하는 현상이 유도된다. 이런 기작으로 인해 빈혈 치료제 복용이 항암 치료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세계 굴지의 스위스계 제약회사인 호프람-라 로슈(Hoffmann-La Roche)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이 회사는 네오레코몬(NeoRecormon)이란 상품명으로 에포에틴 베타를 생산하고 있다.

출처 :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