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1

수백만 년에 걸쳐 레트로바이러스는 인간의 DNA에 편입되어 전체 유전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연구팀은 이 레트로바이러스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뇌 발달은 물론이고 여러 신경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레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중에 HIV와 같은 위험한 것과 기타 무해한 것을 포함한 특별한 바이러스 그룹이다. 요한 제이콥슨이 주도하는 룬드 대학교의 연구팀은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DNA에 존재해 왔기 때문에 내분비 레트로바이러스(endogenous retroviruses, ERV)라고 부르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DNA에서 이런 바이러스가 발견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정크-DNA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인간의 DNA 중에 신체의 여러 단백질 생산을 통제하는 유전자는 내분비 레트로바이러스보다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통제 유전자가 2%에 불과한 것에 비해 레트로바이러스는 총 유전자의 8~1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단백질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의 뇌 발달에 관련된 막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정확하게 밝혀낸 것은 유전자 내에 수천 개의 레트로바이러스가 TRIM28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도킹 플랫폼(docking platforms)”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DNA 나선 구조의 인접한 표준 유전자도 비활성화(switch off)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비활성화 메커니즘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레트로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위치가 다를 수 있는 유전재료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화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ERV 통제가 실패한 경우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조현병, 조울증 등의 여러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2년 전 요한 제이콥슨 연구팀은 ERV가 뉴런에서 통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으며, 이번 셀 리포츠에 발표한 연구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인간과 쥐의 차이는 특히 중요하다. 인간의 DNA에 편입된 레트로바이러스의 상당수는 인간과 가까운 친척인 고릴라, 침팬지 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들은 3,500~4,500만 년 전에 편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영장류에 있어서는 구세계와 신세계를 나누는 시점이다.
현재까지 뇌 발달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과일파리, 제브라 피시, 쥐를 통해서 얻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분비 레트로바이러스가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면, 인간은 자체적인 ERV가 있으므로 그 메커니즘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에 포함된 레트로바이러스들이 뇌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심지어 신경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인간의 발달 및 생존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더욱 많은 연구를 통해 이해를 확대할 필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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