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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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하는 능력은 가장 지능 높은 동물인 인간만이 보유하고 있는 `고차원적 인식`의 징표이며, 공감(empathy)의 토대가 된다고 주장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주 Current Biology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마카크 원숭이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처음 관찰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참고 1).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원숭이가 과연 인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뿐 아니라,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인식하는 능력을 지능의 척도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자기인식 능력을 보유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뉴욕 주립대학교의 고든 갤럽 교수(진화심리학)는 논평했다. 갤럽 교수는 1970년대에 "동물원의 침팬지가 거울 속의 자기모습을 알아본다"고 최초로 보고한 바 있다(참고 2). 1. 선행연구 동물들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대부분은 다른 동물을 본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덤벼들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 반응을 보인다. 갤럽이 침팬지의 우리 옆에 전신거울을 처음 놔뒀을 때도, 침팬지들은 처음에 그런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자, 침팬지들은 행동이 바뀌어 거울 속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입을 벌리고 입 속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혀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기도 했다"고 갤럽은 말했다. 침팬지들의 행동을 지켜본 갤럽은 침팬지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보는 게 분명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과학자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테스트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는 열흘째 되는 날 침팬지를 마취시킨 후, 침팬지 몰래 얼굴 한 구석(예: 눈두덩 위)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했다. 침팬지가 마취에서 깨어난 후 다시 거울을 보여주자, 침팬지는 손으로 자신의 눈두덩을 만지더니, 그 손을 코에 갖다대고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닌가! 갤럽의 연구결과는 수십 마리의 침팬지에서 재현됐고, 다른 유인원(특히 오랑우탄)에서도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참고 3). 다른 과학자들은 돌고래(참고 4), 코끼리(참고 5), 심지어 까치(참고 6)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했지만, 이중 상당수는 재현에 실패하거나 일회성에 그쳤다. 2. 재도전 그러나 그 이후 여러 번에 걸친 후속연구에서, 원숭이들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7). 예컨대 갤럽은 2마리의 마카크 원숭이를 15년간 거울 앞에서 키웠는데, 이들은 거울 속의 자화상을 이용할지언정, 그 원본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연구자가 우리에 들어가면, 원숭이들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연구자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거울 속 이미지의 원본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거울 속 이미지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상과 같은 답보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 생물과학연구소의 넹공 박사(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원숭이를 무작정 관찰하는 대신, 거울 속의 모습을 알아보도록 훈련시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구진은 마카크 원숭이를 거울 앞에 세우고, 저전력의(그러나 여전히 고통스러운) 레이저빔을 원숭이의 얼굴에 발사했다. 이때 거울을 통해 레이저빔의 위치를 파악한 원숭이가 자기 얼굴을 만지면, 보상으로 맛있는 먹이를 제공했다. 12~38일간의 훈련 결과, 7마리 중 5마리의 원숭이들이 갤럽의 테스트(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에 칠해진 빨간 표시를 찾아내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 일부 원숭이들은 거울을 이용하여,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확인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지난주 Current Biology에 기고했다. "원숭이들은 자기인식에 필요한 신경 하드웨어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인스톨하려면, 적절한 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3. 논란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 생각에는, 원숭이들이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본 것이 아니라, 수천 번에 걸쳐 학습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 IQ 검사 문제를 미리 가르쳐준 후 IQ 검사를 하여 점수가 올라갔다면, 그 사람이 머리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갤럽은 비판했다. 돌고래와 코끼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던 헌터 칼리지의 다이애나 라이스 교수(비교심리학)는 "자발적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동물의 행동과 훈련을 통해 거울을 바라보게 된 동물의 행동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 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원숭이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본다고 해서, 원숭이가 자의식(自意識)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는 것이 연구진의 입장이다. 그러나 갤럽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보는 것은 자의식의 출발점이자, 타인의 정신상태와 의향을 추론하는 능력의 시발점이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라이스는 "거울 속의 자기 모습으르 알아보는 것은 정교한 뇌의 창발적 속성(emergent property)"이라고 보고 있다. 그밖의 과학자들은 결론을 보류하고 있다. 1999년 Animal Behaviour에 실린 비판적 논문에서 저자들은 "여러 종을 이용한 실험에서 엇갈리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동물들의 사육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며,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알아보는 능력을 다른 정신 능력, 예컨대 `타인의 정신상태를 추론하는 능력`과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주장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참고 8). ※ 참고문헌: 1. Chang, L., Fang, Q., Zhang, S., Poo, M.-m & Gong, N. Curr. Biol. http://dx.doi.org/10.1016/j.cub.2014.11.016 (2015). 2. Gallop, G. G. Jr Science 167, 86–87 (1970). 3. Suarez, S. D. & Gallup, G. G. Jr J. Hum. Evol. 10, 175–188 (1981). 4. Reiss, D. & Marino, L. Proc. Natl. Acad. Sci. USA 98, 5937–5942 (2001). 5. Plotnik, J., de Waal, F. & Reiss, D. Proc. Natl. Acad. Sci. USA 103, 17053–17057 (2006). 6. Prior, H., Schwarz, A. & Güntürkün, O. PLoS Biol. 6, e202 (2008). 7. Anderson, J. R. & Gallup, G G. Jr PLoS Biol. 9, e1001024 (2011). 8. De Veer, M. W. & van den Bos, R. Anim. Behav. 58, 459–468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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