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암컷 초파리는 자기가 임신한 걸 어떻게 알까?

장종엽엔에스 2014. 11. 26. 10:55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is_cd_2_s=01&issue_no_s=3&record_no=252031&cont_cd=GT&is_cd_1=IS01&is_cd_2=01&is_cd_3=3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0-24
동물계 전체를 통틀어, 임신한 암컷이 처녀행세를 하지 않고 예비엄마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심지어 암컷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도 임신을 하면, 추근대는 수컷들을 물리치고 둥지 찾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은 의식적 행동이 아니라,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컷 초파리의 몸은 임신한 사실을 어떻게 감지할까? 미국 듀크 의과대학의 연구진이 Cell Reports 10월 16일호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초파리 암컷은 짝짓기 직후가 아니라, (뱃속에 가득 찬 알 때문에) 뱃가죽이 당기는 것을 감지할 때부터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고 한다.

짝짓기가 끝난 후 알 낳을 준비를 하면서, 암컷 초파리의 우선순위(priorities)는 극적으로 변한다. 예컨대 처녀 초파리는 짝짓기에 관심을 보이지만, 일단 짝짓기를 하고 난 뒤에는 수컷의 구애를 맹렬하게 거부한다. 나아가 짝짓기 후 알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암컷 초파리는 아세트산(즉, 식초)이 많은 곳을 찾는다. 아세트산은 발효 중인 과일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로, 초파리가 알 낳기를 선호하는 곳이다. 초파리의 알은 보통 난소에서 만들어져, 길고 좁은 관을 통해 자궁으로 들어간 다음, 그곳에 저장되어 있는 정자와 수정된다. 수정이 되고 나면 암컷 초파리는 알을 낳게 되는데, 알을 낳는 장소와 시간은 `환경이 자손에게 얼마나 유리한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암컷 초파리는 정확히 언제부터 행동이 돌변하여 둥지를 물색하기 시작할까? 선행연구자들은 `짝짓기가 암컷 초파리의 둥지찾는 행위(nesting behavior)를 촉발할 것`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듀크 의과대학의 레베카 양 교수(신경생물학)는 `산란의 절박한 필요성, 즉 임신이 이 같은 변화의 핵심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양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기연구에서 생식관(reproductive tract)에 존재하는 일련의 운동뉴런을 발견했는데, 이 뉴런들의 역할은 적시에 생식관을 쥐어짬으로써 알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암컷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해당 운동뉴런의 작용을 억제했는데, 그 결과 초파리의 생식관에는 교통체증(egg jam)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초파리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상자를 만들었는데, 한쪽에는 식초 젤을 바르고, 다른 쪽에는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았다. 그리고는 (알을 낳지 못해) 배가 불룩한 초파리를 상자에 넣었다. 그러자 초파리는 식초가 발라진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짝짓기를 했지만 아직 알을 배지 않은 초파리들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알을 밴 암컷 초파리는 `내 뱃속에 알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보유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메커니즘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길고 넓은 생식관 전체에 뱃가죽이 당기는 것을 감지하는 감각뉴런이 분포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는데, 연구진은 이미 알려져 있는 ppk1을 첫 번째 후보로 지목했다. 연구진이 생식관의 운동뉴런을 자극하여 생식관을 수축시키자, 예상했던 대로 ppk1 뉴런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연구진이 ppk1 뉴런을 차단하자, 암컷 초파리의 식초를 선호하는 행동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종전에는 초파리 암컷의 둥지찾기 행위가 호르몬에 의해 추동되는 것으로 생각됐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의하면, 그러한 행동변화를 촉발하는 것은 감각뉴런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로써 초파리는 개, 양, 랫트에 이어, 유사한 방식으로 생식관의 신전(stretch)을 감지하는 동물의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르몬이 암컷 초파리의 행동변화에 공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뱃가죽이 당기는 자극은 생식관에 퍼져 있는 감각뉴런에 의해 감지되고, 이 신호는 척수 유사구조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뇌는 최종적으로 식초에 접근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뇌와 생식관 간의 구체적 신호전달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양 교수는 이것을 블랙박스라고 부르며, 향후 연구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 원문정보: 1.Bin Gou, Ying Liu, Ananya R. Guntur, Ulrich Stern, Chung-Hui Yang. Mechanosensitive Neurons on the Internal Reproductive Tract Contribute to Egg-Laying-Induced Acetic Acid Attraction in Drosophila. Cell Reports, 2014; DOI: 10.1016/j.celrep.2014.09.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