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 2009-12-30 | ||||
세균은 식품 속에 숨어 인체로 침투한 다음 바로 위산(stomach acid)에 노출되는데, 이는 세균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위산은 음식물의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병원성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위산이 세균을 살해하는 방법은 폴딩(folding)되어 있는 세균의 단백질을 풀어(unfold) 서로 달라 붙게 하는 것이다. 계란에 열을 가하면 단백질이 엉겨붙어 덩어리로 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삶은 계란을 날계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처럼, 엉겨붙은 세균의 단백질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산(酸)이나 열에 노출된 세균이나 대부분의 생명체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위장관세균은 이상의 상황에 대응하여 극심한 산성환경에서 생존하는 기구를 진화시켰는데, 글루타메이트 의존성 탈카르복실라제(glutamate-dependent decarboxylase)와 아르기닌 의존성 탈카르복실라제(arginine-dependent decarboxylase)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효소는 산성 스트레스 하에서도 세포질의 pH를 중성으로 유지시켜 준다. 그러나 원형질막 주위공간(periplasm)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원형질막 주위공간의 pH는 세포 외부의 pH와 신속한 균형을 이루는데, 이는 세포막의 다공성 구조로 인하여 600 Da 이하의 작은 분자들이 자유롭게 세포막 안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세균들은 원형질막 주위공간의 단백질을 보호하기 위하여 HdeA라는 작은 단백질을 별도로 발현하고 있다. HdeA 단백질은 세포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샤프롱 단백질(chaperone protein)에 속한다. 병원성 대장균(E. coli) 역시 HdeA라는 작은 단백질(9.7 kDa)을 이용하여 위산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한다. 병원성 E. coli는 인간이나 동물에 의해 갑작스럽게 섭취됨으로써 위산에 노출되는데, 이는 E. coli의 단백질의 언폴딩(unfolding)을 초래함으로써 그 기능을 중단시키고 마침내 E. coli의 생명을 앗아간다. HdeA는 E. coli가 위장 속에 머물러 있는 동안 언폴딩된 단백질에 단단하게 결합하여 이 단백질들이 서로 엉겨붙는 것을 막아 준다. 이는 마치 끈끈한 사탕을 비닐랩으로 감싸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의 연구진은 PNAS 3월 23일호(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HdeA가 병원성 대장균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HdeA가 불활성 이량체(dimer)에서 활성형 단량체(monomer)로 전환되는 과정과, 활성형 단량체가 단백질의 언폴딩을 방지하는 방법을 해명하였다. 그러나 지난 3월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었다." E. coli가 장(腸)에서 활동을 재개하려면 HdeA에 결합되었던 언폴딩 단백질들이 HdeA로부터 벗어나 다시 엉겨붙지 않고 재폴딩(refolding)되어야 한다. 그러나 HdeA에 결합되었던 언폴딩 단백질들이 일시에 방출되면, 이 단백질들은 서로 엉겨붙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HdeA는 단백질이 엉겨붙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HdeA는 이 모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까?" 미시간대학교와 하워드휴즈연구소 연구팀의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9개월 동안 연구한 끝에 해답을 찾는 데 성공하여, 그 결과를 PNAS 최근호(온라인판)에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E. coli가 위에서 소장으로 이행하면서 HdeA가 결박했던 기질(언폴딩된 단백질)을 다시 놓아주는 과정을 연구한 결과, HdeA가 독특한 서방형 메커니즘(time-release mechanism)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HdeA는 서방형 메커니즘을 통하여 언폴딩된 단백질들을 서서히 풀어줌으로써, 이들이 서로 엉겨붙지 않고 적절한 형태로 재폴딩되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연구진은 HdeA의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연구진에 의하면, 대부분의 분자샤프롱이 다량의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HdeA는 주위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E. coli는 위장(산성)에서 소장(약알칼리성)으로 이동하면서 환경의 변화(pH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HdeA는 마치 풍력발전 터빈을 보유한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위산은 인체가 식품을 매개로 하여 침투하는 세균을 저지하는 1차 방어선이며, 세균들은 위산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는 방법을 진화시켜 왔다. 이번 연구는 병원성 E. coli가 위산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메커니즘을 보다 상세히 규명함으로써, 병원성 E. coli는 물론 각종 식품매개 전염병과 식중독의 원인세균을 퇴치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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