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는 과학자들

장종엽엔에스 2008. 4. 15. 20:57
지난 해 10월 17일 ‘추적 60분’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이나 ‘머리가 좋아지는 약’으로 포장돼 팔리고 있는 약의 일부가 마약류 약품이라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들 머리가 좋아지는 약에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가진 아이들에게 치료목적으로만 쓸 수 있는 향정신성 전문의약품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약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각성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마약류로 분류돼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하는 약물이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 중고생 17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74%가 넘는 학생들이 그런 약이나 식품을 먹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돼 더욱 충격적으로 보고되었다(참조 URL1).

그러나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이용되고 있다. 이번 4월 9일자 ‘Nature’에 20%의 과학자들이 치료 목적이 아닌 뇌기능 강화를 위하여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들 약물의 대다수가 집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실제로 복용자 중 60%가 그런 이유로 매일 또는 일주일 간격으로 이들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에 답변한 과학자는 1,427 명이며 대부분이 미국 사람들이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Nature Publishing Group의 웹 포럼인 ‘Nature Network’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응답자 중 3분의 1이 다른 아이들이 이 약을 복용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복용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Nature Publishing Group에서 언론관계를 담당하는 루스 프란시스는 “이번 조사는 과학분야의 학술적인 연구이다.”라고 설명했다(참조 URL2).

조사는 처방과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약물 3종을 대상으로 했다. 그 중 하나인 리탈린(Ritalin, 성분명: methylphenidate)은 ADHD 아동들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다른 약물은 수면장애 전문 의약품인 프로비질(Provigil)이다. 이 약물은 피로와 시차 장애(jet lag)에도 효과가 있다. 3번째 약물은 심부정맥(cardiac arrhythmia)에 이용되는 베타 차단제(beta blockers)이다. 이들 약물들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의력 강화와 각성에 흔히 이용되고 있다.

지난 달에 미국의 신문에서 조지타운대학 의학센터의 임상 정신과 전문의인 브라이언 도일은 “대학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 때문에 능력 향상을 위해 이들 약물들을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국립 약물중독 연구소(US National Institute for Drug Abuse: NIDA) 역학 및 예방연구 책임자인 윌슨 컴프톤은 “다른 사람들도 아닌 과학자들이 지름길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리탈린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었지만 중독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베타 차단제도 항불안 효과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3종의 약물 중 하나 이상을 복용했다는 과학자 288명 중에서 35%가 리탈린, 50%가 프로비질, 15%가 베차 차단제를 이용했다고 한다. 3분의 1 이상이 인터넷으로 약물을 구입했으며 나머지는 약국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뇌기능 강화 이외의 다른 목적의 약물 구입은 시차 장애 치료가 있었다. 설문 참여자 1,258 중 약 70%가 뇌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약물 복용자 중 절반이 두통, 신경과민, 불안,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고 한다.

윌슨 컴프톤은 이번 조사에서 중독율을 보고 놀랍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조사가 엄격한 과학기준을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인터넷 설문에 자발적으로 답변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도한 대표성(over-representation)을 갖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서는 질병 치료와 웰빙의 향상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어서 신체기능 강화 제품들이 사회에 계속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Nature’에서도 “미용 성형수술이 증가하는 것처럼 윤리적 정신적 우려 이상으로 뇌기능 향상 약물의 이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체 과학자 중 80%가 건강을 위하여 기능 강화 약물을 복용하는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50% 이상이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이들 약물을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 답한 과학자 중 57%가 35세 이하였다.

출처 : 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