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무의식이 의식보다 똑똑할 수 있을까?
장종엽엔에스
2015. 1. 29. 09:02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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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심리학 연구의 질(質)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무의식적 사고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대한 기존의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무의식이 얼마나 영리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논란을 벌여 왔다. 매우 신중하게 작성된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논란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데이비드 솅크스 교수(인지심리학)는 논평했다. 솅크스 교수는 2014년 `다양한 무의식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UTA 포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참고 2). UTA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이렇다. 참가자들에게 복합한 의사결정 과제(승용차나 컴퓨터를 선택하는 문제)를 제시하되, 제품의 사양을 숙고하거나 한 번 쭉 훑어보게 한 후, 잠시 한눈 파는 행동(예: 단어맞추기 퍼즐)에 몸을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태의연한 연구방법을 사용하면 상충되는 결론에 도달하기 십상이며, 실제로 기존에 출판된 논문들의 결론은 찬반양론으로 반반씩 갈라져 있다. UTA의 옹호자들은 `UTA는 실험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종종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실험설계(예: 한눈 팔기 용으로 선택된 퍼즐의 종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참고 3). 이에 대해 UTA의 비판자들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참가자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응수한다. 이에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마르크 니우엔스테인 교수와 헤데릭 판레인 교수(심리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어느쪽 의견이 맞는지를 가리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1)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의 중앙값보다 10배나 많은) 399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4개의 승용차 또는 아파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각각의 승용차와 아파트는 12개씩의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심사숙고를 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딴청을 부리게 했다. (`딴청`의 내용에는 UTA 옹호자들이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한 것들을 적극 반영했다.) 잠시 후 계속된 실험에서, 두 그룹의 참가자들이 내린 의사결정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다음으로, 연구진은 2014년 4월 이전에 출판된 UTA 관련 논문들을 검색하여 32편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논문들에서 언급한 실험 81개를 검토하여, (기준에 미달되는 실험 21개를 제외하고) 60개의 실험을 선별하여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대상에는 연구진의 논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격한 통계기준을 사용한 메타분석 결과, UTA 효과를 지지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통계분석에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쳐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를 살펴보니, 과거에 실시된 심리학 실험들은 설계 자체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사 UTA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더라도, 그런 엉성한 실험으로 포착될 리는 만무하다"고 《Judgement and Decision Making》의 편집진으로 일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조너선 배런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이에 대해 2004년 「무의식적 사고이론」을 처음으로 언급하여 UTA를 예측했던 네덜란드 랏바우트 대학교의 압 데이크스테르하위스 교수(심리학)는 이렇게 항변했다. "데이터분석에 관한 한, 최근 심리학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과거의 연구들이 적절한 분석방법을 적용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만일 연구진이 기존의 UTA 실험들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선별하지 않고 모두 분석대상에 포함시켰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UTA에 관한 증거들은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영리한 무의식」과 관련된 효과는 UTA 하나뿐만이 아니다. 심리학적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 재현 프로젝트(Many Labs Replication Project)는 소위 「사회적 점화(social priming)」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 점화」의 옹호자들에 의하면, "과거에 경험한 특정 자극(예: 미국 국기, 돈(錢) 생각)이 현재의 특정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참고 5). 그밖에도 학계 일각에서는 `무의식적 사고가 일부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decision making under uncertainty)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의심을 품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버지니아 대학교의 브라이언 노섹 교수(심리학)는 UTA를 뒷받침하는 이론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무의식적 사고이론」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대 심리학 이론과 부합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노섹 교수는 연구재현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솅크스 교수도 `「무의식적 사고이론」을 둘러싼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어떻게 그 과정을 향상시키는가`라는 문제는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만약 무의식이나 딴짓거리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꼭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Nieuwenstein, M. R. et al. Judge. Decis. Making 10, 1–17 (2015); available at http://journal.sjdm.org/14/14321/jdm14321.html 2. Newell, B. R. & Shanks, D. R. Behav. Brain Sci. 37, 1–19 (2014). 3. Strick, M. et al. Social Cogn. 29, 738–762 (2011). 4. Dijksterhuis, A. J. Pers. Social Psychol. 87, 586–598 (2004). 5.Klein, R. A. et al. Social Psychol. 45, 142–152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