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유전자변형 미생물의 실험실 탈출을 막는 방법

장종엽엔에스 2015. 1. 26. 08:16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1-26
유전공학의 비판자들은 오랫동안 유전자변형 미생물(GM 미생물)이 실험실을 탈출하여 환경에 침투할 위험성을 걱정해 왔다. 이번 주 Nature에는 이 같은 문제를 회피할 생물학적 봉쇄전략(biological-containment strategy)을 논의한 논문 두 편이 실렸다(참고 1, 2). 이 전략을 이용하면 농업, 의학, 환경정화 등에 사용되는 GM 미생물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켜, 해당분야의 발달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두 연구진은 인공 아미노산(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아미노산)을 먹고 사는 GM 미생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세균들은 실험실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는데, 인공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배지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들이 1,000억 마리 이상의 세균을 대상으로 최대 20일간 실험한 결과, 인공 아미노산 없어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은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적어도 우리가 실험한 바에 의하면, 새로 만들어진 세균들은 실험실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두 논문 중 하나에 저자로 참여한 하버드 의대의 댄 맨델 박사(합성생물학)는 말했다.

새로 만들어진 GM 미생물들은 자연계의 세균들과 DNA를 교환하지도 않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이유는 양자(兩者)가 생화학적 언어(biochemical language)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GM 미생물의 안전성을 강화함으로써, GM 미생물의 광범위한 사용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또 하나의 논문에 저자로 참여한 예일대학교의 패런 아이작스 박사(합성생물학)는 말했다.

새로운 기법은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 박사의 연구실에서 처음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처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아이작스 포함)는 "재프로그램된 유전자 코드를 지닌 대장균을 합성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3). 연구진에 의하면, 새로 합성된 대장균은 특정 정지코돈(stop codon)을 `단백질 합성을 중단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새로운 종류의 아미노산을 단백질에 통합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 이후로 처치와 아이작스는 각자의 연구실에서, GM 대장균을 인공 아미노산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연구에 몰두했다. 두 연구팀은 각각 상이한 접근방법을 사용했다. 아이작이 이끄는 연구진은 유전체 시퀀싱을 이용하여, 대장균의 필수 단백질에서 - 단백질의 전반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 합성 아미노산을 끼워넣을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한편 처치가 이끄는 연구진은 단백질 구조에서 시작하여, 인공 아미노산의 통합 및 수용을 촉진하는 요소를 추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0년간에 걸친 노력의 결정판"이라고 처치 박사는 말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GM 미생물들은 천연 미생물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데, 그 이유는 바이러스와 세균의 유전자 코드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참고 3). 처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향후 7개의 상이한 코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다양한 코돈을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GM 미생물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처치 박사는 말했다.

한편 아이작스 박사는 별도의 안전장치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대장균으로 하여금 `유전자발현에 필요한 합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환경`에서만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 방법을 이번 달에 발간된 Nucleic Acids Research에 기고했다(참고 4). 그리고 뉴욕대학교 랑곤 메디컬센터의 제프 보에케 박사와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패트릭 이지 카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도 효모를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효모는 세균보다는 동식물과 비슷한 염색체를 갖고 있어서,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전략은, 대장균뿐만 아니라 다른 세균에게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아이작스 박사는 말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인공 아미노산과 합성 화학물질에 모두 의존하는 세균을 만들고 있다. "강력한 생물학적 봉쇄전략을 구사하려면, 하나의 미생물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접근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아이작스 박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합성 세균의 등장은 보건당국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만들어진 미생물은 매우 복잡한 합성 세균이다. 이것이 연구현장에 도입될 경우, 보건당국은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드로 윌슨 국제 학술센터 산하 과학기술 혁신 프로그램의 토드 쿠이켄 박사(선임연구원)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Mandell, D. J.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4121 (2015).
2. Rovner, A. J.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4095 (2015).
3. Lajoie, M. J. et al. Science 342, 357–360 (2013).
4. Gallagher, R. R., Patel, J. R., Interiano, A. L., Rovner, A. J. & Isaacs, F. J. Nucleic Acids Res. http://dx.doi.org/10.1093/nar/gku137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