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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의 족보를 다시 쓴 고대 물고기 화석: 연골어류는 경골어류보다 하등동물이 아니다

장종엽엔에스 2015. 1. 14. 08:26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1-14
계통발생도를 그리는 데 있어서 인간과 상어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사지와 지느러미, 또는 폐와 아가미가 아니다. 모든 것은 골격에 달려 있다. 상어의 뼈는 연골로 구성되어 있어, 가오리나 홍어와 함께 유악척추동물의 한 갈래인 연골어류로 분류된다. 반면에 인간의 골격은 단단한 뼈로 구성되어 있어 - 대부분의 현생 척추동물들과 함께 - 경골어류와 같은 계열로 분류된다. 과학자들은 경골어류와 연골어류가 지금으로부터 4억 2,000만 년 전에 갈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마지막 공통조상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지금껏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작은 물고기 화석의 머리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문제의 화석은 데본기 초기(약 4억 1,500년 전) 물고기의 화석으로 두개골과 비늘만 남아 있다. 1992년 발표된 짤막한 논문에서, 이 화석은, 비늘과 두개골이 (뉴시베리아섬에서 발견된) 디알리피나(Dialipina)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디알리피나속(屬)으로 분류됐었다. 이 시대의 경골어류들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마틴 브라조 교수(고생물학)가 화석의 상세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자, 옥스퍼드 대학교의 샘 자일스와 맷 프리드먼 교수는 `좀 더 자세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발견된 물고기 화석이 초기 유악척추동물의 진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마이크로 CT(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CT와 유사한 방법으로, 화석의 뼛속을 들여다보는 데 사용됨)를 이용하여, 뼈를 파손하지 않고 1cm 길이의 두개골 내부 구조를 촬영했다. 종전에는 외부적 특징(두개골 천장의 형태, 비늘의 에나멜 등)을 근거로 하여 경골어류로 분류됐었지만, CT 촬영 결과 - 놀랍게도 -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특징이 뒤섞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물고기의 두개골은 - 오늘날의 경골어류와 마찬가지로 - 커다란 골판(bony plate)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뇌 주변의 신경 및 혈관 흔적은 연골어류와 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1월 12일자 Nature(온라인판)에 발표하고, 야누스(두 얼굴을 가진 로마의 神)의 이름을 따서 물고기의 학명을 Janusiscus schultzei라고 붙였다.

이번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공통조상은 경골어류의 특징(예: 두개골의 골판)을 갖고 있었지만, 이후 연골어류의 진화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02/n7470/full/nature12617.html). 당시 연구진은 "경골어류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생각되는 것들 중 상당수(예: 커다란 판 모양의 뼈)가 사실은 판피어류(placoderms: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공통조상과 친척뻘이지만, 현재는 멸종되었음)에게도 존재했었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2014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3억 2,500만 년 전의 상어 화석에서 경골어류의 특징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보고했는데(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09/n7502/full/nature13195.html), 이는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공통조상이 경골어류의 특징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상어는 종전에 생각됐던 것보다 훨씬 더 진화된 물고기"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와 2건의 선행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연골어류는 경골어류보다 원시적이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일스 교수는 말했다.

"연골어류가 경골어류보다 먼저 나타난 것이 아니라(또는 하등동물이 아니라), 두 그룹의 물고기들은 공통조상에게서 갈라진 후 각각 상이한 적응경로를 거쳐 진화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두 그룹의 물고기들은 공통조상의 형질 중에서 일부를, 나름의 기준에 따라 각각 취사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두 그룹의 `물고기들은 바닷속에서 살아간다`는 문제를 각각 다른 접근방법으로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고 자일스 교수는 설명했다. "야누시스쿠스(Janusiscus)는 매우 매력적인 물고기다. 현대적인 분석기법은 중요한 이행화석(transitional fossils)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함으로써 고생물학의 연구방법을 개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 CT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의 존 롱 교수(고생물학)는 논평했다.

※ 원문정보: Sam Giles, Matt Friedman & Martin D. Brazeau "Osteichthyan-like cranial conditions in an Early Devonian stem gnathostome", Nature (2015) doi:10.1038/nature14065, Published online 12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