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물질 발견

장종엽엔에스 2015. 1. 6. 11:12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3-22
16개 연구기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에서 항말라리아 활성(antimalarial activity)을 나타내는 새로운 계통의 약물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이 화합물들은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의 생애주기(life cycle) 여러 단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말라리아 치료약이나 감염 예방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1H)-퀴놀론-3-디아릴에테르[4-(1H)-quinolone-3-diarylethers 또는 퀴놀론] 계열에 속하는 새로운 항말라리아 약물 후보물질은 ‘엔도신(endochin)’이라는 물질로부터 얻을 수 있다. 엔도신은 조류 말라리아에 치료 효과가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약물 후보물질들은 말라리아 병원충에 삼일열 원충(Plasmodium vivax), 열대열 원충(Plasmodium falciparum)에 대한 강한 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70만명 가량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 사망자 중 대다수가 의료 혜택 접근도가 낮은 저개발국에 집중되어 있어 말라리아는 에이즈, 결핵 등과 함께 세계보건기구가 질병퇴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질병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말라리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다.

본 연구에는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University of South Florida) 로만 메네치(Roman Manetsch) 교수 연구팀을 주축으로 오래건보건대학(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드렉셀대학(Drexel University)과 호주 모나쉬대학(Monash University)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일차적으로 일련의 약물 후보물질군을 선별한 후 약효 평가과정을 거쳐 ‘ELQ-300(그림 1)’이라는 물질을 최종 선도물질(lead compound)로 선발했다. 현재 연구진은 이 물질에 대한 임상연구를 계획 중이다.

2013년 3월 20일자 `사이언스 트랜스래이션얼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저널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선도물질 ELQ-300에 대한 전임상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말라리아 주요 원충에 대해 감염과 전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한 가지 약물을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이다. 따라서 이는 향후 ELQ-300이 상용화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말라리아 치료 요법이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보고서가 게재된 저널명에서 언급된 트랜스래이션얼 메디슨( Translational Medicine)은 기초연구과정에서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실들을 실제 임상연구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로서, 여러 전문분야 간의 상호협력을 필요로 하는 새롭고 중요한 과학의 한 분야이다. `사이언스 트랜스래이션얼 메디슨` 저널은 기초 연구와 임상연구 간의 상호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다각적인 프로세스 개선에 기여해서 실험실에서 비롯된 연구가 환자 치료에 적용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목적으로 창간된 저널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는 3단계로 이루어진 말라리아 원충의 생애주기 중 어느 특정 단계에만 작용하는데 반해 ELQ-300은 모든 단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성 발현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ELQ-300의 또 다른 장점은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같은 천연물 유래 말라리아 치료제 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될 수 있어서 대량 보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라리아로 신음하는 계층 대부분이 저개발국 빈민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사실 퀴놀론과 엔도신의 항말라리아 활성이 발견된 것은 60년도 넘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을 사람에게 사용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하지만 약물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퀴놀론과 엔도신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퀴놀론을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선 약물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퀴놀론의 구조를 최적화해서 반감기를 증가시켰다. ELQ-300은 물에 대한 용해도가 높고 대사과정에 대한 안정성도 높아서 체내에서 활성을 오래 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퀴놀론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복합체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파워플랜트’ 같은 세포기관이므로 이것이 파괴되면 말라리아 원충은 병원성을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의 작용 특성은 인간의 미토콘드리아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퀴놀론 골격 구조에 대한 세밀한 최적화를 통해 말라리아 원충의 미토콘드리아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후보물질로 연구진이 선택한 물질이 바로 ELQ-300이었다.

현재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나타내는 말라리아 원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 가지 약물로는 효과적으로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약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다약체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위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약제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준비 중인 ELQ-300의 임상실험 결과가 희망적이길 바란다.

[연구보고서 서지사항]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Vol. 5, Issue 177.
http://stm.sciencemag.org/content/5/177/177ra37

[교신저자 연락처]
Roman Manetsch and Michael K. Riscoe
E-mail: riscoem@ohsu.edu and manetsch@usf.edu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ELQ-300
http://www.niaid.nih.gov/news/newsreleases/2013/Pages/ELQ300.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