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불꽃놀이가 일어난다

장종엽엔에스 2014. 12. 22. 09:44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2-19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는 문자 그대로 `불꽃이 튀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주도한 학제적(學際的) 연구팀이 Nature Chemistry에 기고한 논문에 의하면, 포유류의 수정란은 표면에서 수십억 개의 아연 원자를 뿜어내, 아연 스파크를 일으킨다고 한다.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최신기술을 이용하여 분자 수준의 불꽃놀이 영상을 세계 최초로 촬영하고, 아연 스파크의 기원을 적시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아연 스파크의 원천은 난자 표면 바로 아래에 있는 `아연이 가득한 꾸러미(tiny zinc-rich packages)`라고 한다.

아연 농도의 변화는 난자가 배아로 건강하게 전환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공수정 방법을 개선하는 데 유용한 질적 정보를 제공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 "난자가 방출하는 아연의 양은 고품질 수정란을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현재 제대로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우리가 `최고의 난자`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때 소요되는 난자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 중 한 명인 테레사 K. 우드러프 박사(난자생물학)는 말했다. Nature Chemistry 12월 15일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포유류의 단일세포에서 아연의 위치를 정량적·물리적으로 측정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연구진은 미 에너지부 방사광가속기(APS: Advanced Photon Source) 소속 과학자들의 협조를 받아, 난자 속에 들어 있는 아연의 양을 측정하고, 수정시 및 수정 2시간 후에 각각 아연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추적하는 물리학적 기법을 개발했다. 또한 연구진은 난자 속의 아연 원자 수를 세고 아연 불꽃의 파동을 3차원으로 포착하기 위해, 고감도의 영상화 기법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세포 속의 아연을 추적하는 새로운 형광센서를 개발한 후, 이 형광센서를 이용하여 약 8,000개에 육박하는 난자의 구획(꾸러미)을 발견했는데, 각각의 구획에는 약 100만 개의 아연 원자가 들어 있었다. 이 꾸러미들은 - 마치 뇌와 췌장이 신경전달물질과 인슐린을 각각 방출하듯이 - 일제히 동시에 내용물(아연)을 방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세포의 아연 저장량을 파악하여 아연의 분포지도(zinc mapping)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작성하는 화학기법을 이용하여, 이상의 발견사항들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W.M. 켁 재단의 후원을 받아 맞춤형으로 제작된 전자현미경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APS가 보유한 고에너지 엑스선 영상화실험장치를 이용하여 아연 원자들의 위치를 2차원 및 3차원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 우리는 난자가 수천 개의 꾸러미를 방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모든 꾸리미에는 각각 백만 개의 아연 원자가 담겨 있었다. 그 후 잠시 소강상태를 거친 후 두 번째의 아연 방출이 일어났다. 모든 난자들은 4~5번씩 주기적으로 이 같은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장면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를 듣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종전에도 난자가 아연을 대량으로 방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과정이 어떤지는 알지 못했다"고 이번 논문의 또 다른 교신저자인 토머스 V. 오핼러런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난자가 아연을 저장하고 분포시킴으로써 발생과정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배아로 전환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아연은 난자가 성장하여 새로운 유전적 생물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master switch)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년간에 걸친 연구의 결정판이며, 우드러프와 오핼러런 박사가 노스웨스턴 대학교와 APS에서 수행했던 선행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진은 마우스의 난자를 이용한 선행연구에서, 난자가 성숙하려면 엄청난 양의 아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진은 하나의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 4~5번의 연속된 `아연 스파크`를 통해 600억 개의 아연 원자 중 100억 개을 상실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수정된 지 2시간 후에 배아가 형성되려면, 난자가 반드시 아연을 방출해야 한다.

"난자가 「성숙 - 수정 - 배아발생」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먼저 아연을 축적한 다음 그 일부를 방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히 알마만큼의 아연이 이 과정에 관련되어 있으며, 그 아연들은 세포의 어느 부분에 저장되어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우리는 난자가 새로운 생물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오핼러런 박사는 말했다.

두 사람의 연구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하나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아연을 측정할 고감도 기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스웨스턴 대학교에 재직하는)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과 힘을 합쳐 고감도의 기법을 개발했다. 두 사람이 이끄는 연구진은 `아연 스파크와 난자의 질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번 연구결과가 시험관아기 시술의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사용된 새로운 영상화 방법론은 `뇌와 췌장에서 신경전달물질과 인슐린이 방출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원문정보: Emily L. Que, Reiner Bleher, Francesca E. Duncan, Betty Y. Kong, Sophie C. Gleber, Stefan Vogt, Si Chen, Seth A. Garwin, Amanda R. Bayer, Vinayak P. Dravid, Teresa K. Woodruff, Thomas V. O`Halloran. Quantitative mapping of zinc fluxes in the mammalian egg reveals the origin of fertilization-induced zinc sparks. Nature Chemistry, 2014; DOI: 10.1038/nchem.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