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아수라장 속에서 탄생한 생명
장종엽엔에스
2014. 12. 17. 08:57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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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한 세트의 반응조건 하에서 4가지 핵염기(nucleobases)를 모두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소재 응용분자진화재단(Foundation for Applied Molecular Evolution)의 스티븐 베너 박사(우주생물학)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간단한 물질로부터 RNA나 DNA를 구성하는 핵염기를 창조해 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몰두해 왔다. 그래야만,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프라하 소재 J. 헤이로프스키 물리화학연구소(이하 `연구소`라 함)의 스바토플루크 치비시 박사(물리화학)는 말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포름아마이드(formamide)라는 단출한 화합물이 핵염기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포름아마이드는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가 물과 반응할 때 형성되는데, 초기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포름아마이드는 전생물적 화학물질(prebiotic chemicals), 즉 수소, 질소, 탄소, 산소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주요 요소를 보유하고 있는 데, 이미 몇몇 연구팀들은 실험실에서 촉매를 이용하여 포름아마이드와 다른 구성요소 간의 반응을 촉진함으로써 개별 핵염기를 합성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어떤 연구팀은 다른 단순화합물의 혼합물로부터 핵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치비시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에 새로 실시한 실험에서, 연구소가 보유한 1킬로줄짜리 레이저(1-kilojoule lase)를 포름아마이드가 담긴 혼합용액(점토 포함)에 발사했다. 이 혼합용액은 화학물질이 풍부했던 초기 지구표면의 상태를 모방한 것으로, 순간적(나노세컨드의 1/3)으로 가해지는 레이저 펄스는 ① 엄청난 압력, ② 4,200°C 이상의 고온, ③ (자외선과 엑스선 파장을 포함한) 일련의 방사선을 생성했다. 이 3가지 조건은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할 때 발생하는 조건과 맞먹는 것이었다. 이러한 극한조건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시안화수소,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메탄올은 물론 4개의 RNA 핵염기(A, G, C, U)를 생성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과정을 정리하여 지난주 PNAS에 기고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 자체도 훌륭하지만, 생물학적 타당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연구진이 사용한 출발물질(포름아마이드)은 초기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했던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라고 베너 박사는 논평했다. "선행연구에서는 `일부 운석들이 아데닌이나 구아닌과 같은 핵염기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핵염기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음을 시사한다"고 이탈리아 투시아 대학교의 라파엘 살라디노 교수(유기화학)는 말했다. "나는 좀 더 완화된 조건 하에서 포름아마이드를 연구해 왔다. 그러나 운석의 충돌과 맞먹는 조건에서 포름아마이드를 연구한 것은 체코의 연구진이 처음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은 지구의 초기 역사에서 흔히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40억 년 전에 시작되어 1억 5,000만 년 동안 계속된 소위 후기운석대충돌기(LHB: Late Heavy Bombardment)에는, 커다란 물체들이 수성, 금성, 화성은 물론 지구와 달을 지속적으로 강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많은 과학자들은 "그러한 충돌들이 지구 표면의 생명체들을 몰살시키거나, 이미 탄생한 생명체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LBH 시기에 빈발한 천체의 충돌로 인해 지구상에 `생명 탄생에 필요한 씨앗(원재료)`이 뿌려졌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약 40억 년 전에 일어난 운석대충돌이 지구 표면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포름아마이드를 RNA와 DNA의 핵염기로 전환시킨 과정을 훌륭히 설명했다"고 베너 박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