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새로운 계열의 속효성 우울증치료제: 스코폴라민

장종엽엔에스 2010. 3. 10. 13:50

KISTI 미리안『글로벌동향브리핑』 2010-03-02
우울증은 1500만 명의 미국인(미국 성인인구의 약 75%)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약 4%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매년 3만 명의 자살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통적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4주가 걸리는 것이 보통이어서, 보다 신속히 효과를 나타내는 속효성 항우울제를 개발하는 것이 생물정신과학(biological psychiatry)의 가장 큰 과제로 여겨져 왔다(GTB2006080246). 이에 따라 최초의 속효성 항우울제로서 NMDA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저해제(NMDA glutamate receptor antagonist)인 케타민(ketamine)이 개발되었다(Biological Psychiatry, Volume 63, Issue 4). 미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진은 Biological Psychiatry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또 하나의 약물이 속효성 항우울제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연구진이 지목한 약물은 스코폴라민(scopolamine)인데, 스코폴라민은 무스카린성 콜린 수용체(muscarinic cholinergic receptor)를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선행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는 무스카린 수용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진은 양극성(biopolar) 및 단극성(unipolar)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에서 스코폴라민의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GTB2006100207).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단극성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앓는 23명의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1.5~2주 동안 스코폴라민(4.0 μg/kg)이나 위약을 투여하는 이중맹검 시험을 3~5일 간격으로 3번 반복하였다. 시험 결과 스코폴라민은 처음 투여된 지 3일 이내에 우울증의 증상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환자들은 스코폴라민을 아침에 투여받고 나서 바로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되기도 하였으며, 참가자 중의 절반은 연구기간 동안 우울증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폴라민의 효과는 시험종료 후에 이어진 위약기간(placebo period)에도 유지되었는데, 이는 스코폴라민의 항우울효과가 약물투여를 중단한 후에도 2주 이상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참가자들 중에는 경미한 졸음, 시야불선명, 구갈, 현기증, 혈압강하 등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부작용으로 인하여 중도탈락한 사람은 없었다.

스코폴라민의 항우울 효과는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강력한 무스카린 수용체 차단효과는 항우울제의 원조격인 3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medications)의 전형적인 특징이었기 때문이다. 3환계 항우울제의 경우 항무스카린 효과(예: 변비, 진정, 기억 손상 등)는 부적절한 부작용으로 간주되다. 따라서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나 SNRI(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와 같은 새로운 항우울제들은 무스카린 수용체를 차단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항우울제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들이 그 대가로 더욱 중요한 것(속효성)을 희생시켰을지 모른다는 추론이 가능해 진다.

이번 연구에 대하여 Biological Psychiatry의 편집자인 존 크리스탈(John Krystal) 박사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기 위해 3~6주를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어떤 환자들은 우울증 증상을 `고뇌(agony)`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어떤 환자들은 `지옥에 사는 것(living in hell)`과 같다고 표현한다. 더욱이 일부 우울증 환자들은 기본적인 자가치료를 할 수 없고, 자살과 같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속효성 항우울제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계열의 항우울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혀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스코폴라민이 임상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스코폴라민의 신속한 효과가 장기적 효과로 무리없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우울증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우울제 시장도 비약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현재 항우울제 시장에서는 삼환계약물(TCA),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거쳐 최근에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속효성과 지속성을 겸비한 항우울제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울증 연구자들은 새로운 항우울제를 개발하기 위해 세로토닌 일변도의 연구경향에서 벗어나 그동안 간과되었던 약물표적에 관심을 돌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터론토 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MAO-Amonoamine oxidase A)를 항우울제의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GTB2009120115).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하여 한때 제약사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었던 무스카린수용체와 그 저해제(스코폴라민)가 새로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Reference:
1. "Replication of Scopolamine`s Antidepressant Efficacy in Major Depressive Disorder: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Biological Psychiatry, 2010; 67 (5): 432 DOI: 10.1016/j.biopsych.2009.11.021
2. "Cellular Mechanisms Underlying the Antidepressant Effects of Ketamine: Role of a-Amino-3-Hydroxy-5-Methylisoxazole-4-Propionic Acid Receptors", Biological Psychiatry, Volume 63, Issue 4 (February 15, 2008)
출처 :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0/03/100301111407.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