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Heath

지긋지긋한 편두통의 치료법은 어디에 있을까?

장종엽엔에스 2015. 12. 18. 18:38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12-17
최소한 3,600만 명의 미국인들이 편두통을 앓고 있으며, 편두통에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두통을 치료하기는커녕 발병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친구모임에 나가면 편두통을 호소하는 친구가 한 명씩은 있으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훈수(예: 안경, 식사, 스트레스)를 두는 친구도 한 명씩은 꼭 있다. 딴 건 다 그만두고 스트레스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나는 얼마 전 한 친구와 온천에 4일 동안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운동과 미용시술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편두통 때문에 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편두통은 커다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매년 일반약과 전문약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만 수십억 달러고, 전문 클리닉과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피부과의사, 치과의사, 대체요법사들도 편두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어떤 환자에게나 일시적으로 편두통을 멎게 하는 비법이 하나씩은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톡스가 `신의 선물`로 여겨지지만, 한 번 치료할 때마다 미세한 침을 31군데에 맞아야 하는 데다, 12주마다 한 번씩 반복치료를 받아야 한다. 뒷목에 얼음찜질을 받으면 낫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얼음찜질은 (염증을 감소시킴으로써) 편두통뿐만 아니라 모든 통증을 치료하는 것 같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편두통 치료제는 1990년대 초에 개발되었다. `-트립탄`으로 알려진 이 약물군(群) 중에는 내가 애용하는 이미트렉스도 있다. 하지만 트립탄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해 줌에도 불구하고 예방약은 아니며, 전체적인 편두통 발작횟수를 감소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최소한 4개 제약사들이 단클론항체요법(monoclonal antibody therapy)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클론항체요법이란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만든 항체로 면역계를 자극함으로써, 편두통이 발작하는 동안 뇌 안에서 농도가 증가하는 `나쁜 화합물`을 공격하게 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환자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초기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으며 향후 몇 년 이내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클론항체요법은 가장 희망적일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희망적인 치료법"이라고 웨일코넬 의대의 조지프 사프디 박사(신경학)는 논평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수천 만 명을 괴롭히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왜 이제서야 개발된 걸까? 그 이유는, 두통이라는 증상이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 같지만,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다양한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더스 사이나이 메디컬센터에서 두통 및 구강안면통증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는 스티븐 B. 그래프-래드포드 박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편두통 환자들은 진단을 받지 않았거나, 잘못 진단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그들은 전문의가 아닌 동네 의사에게 굴두통(sinus headache)이나 긴장성 두통으로 진단받고, 엉뚱하게 항생제 치료나 심리치료를 받기 일쑤다"라고 그는 말했다.

편두통의 원인은 무수히 많다. 작년에 내가 만났던 카라 레바인이라는 미술가는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심각한 편두통을 소호했는데, 인공향료, 밝은 빛, 기압변화가 편두통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녀처럼 심각한 편두통은 유전인 경우가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최근 할머니가 편두통을 앓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떠한 인구통계학적 요인도 편두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두통으로 가장 많이 진단받는 층은 젊은 여성들이지만, 어린이들 중에서도 약 5%가 편두통을 호소한다. LA에 거주하는 게이 에이브럼스는 다섯 살 때부터 편두통을 앓았는데, 어린 시절 차가운 욕실 바닥에 누워 있거나 머리맡에 얼음통을 놓고 잠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프린스턴에 사는 조이 콜리지언(17세)은 9~10학년 시절 앞이 안보일 정도로 극심한 편두통을 겪었는데, 라임병으로 진단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편두통과 호르몬 변화가 겹치기도 한다.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월경성 편두통 때문에 경기를 놓친 적이 있으며, 음식 평론가인 루스 레이셜은 40대에 임신할 때까지 매일 두통을 겪었는데, 임신기간(9개월) 동안 아무 일 없다가 아들을 출산하고 나서 다시 편두통이 찾아왔다고 한다. "편두통은 월경 때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일부 여성의 경우) 임신 중에 개선되며, 폐경 초기에 악화되는 것으로 보아,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UCSF 두통센터의 모리스 레빈 박사는 말했다.

편두통이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편두통 환자의 1/4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간부인 페리 사이먼은 지난 2년 동안 심한 두통을 앓았는데, 부비동염과 관련된 두통이려니 하고 참고 지내다가 침술사에게 2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나았다. 침술사는 그에게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나의 경우 50대부터 편두통이 시작되었는데, 견디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늘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단클론항체 요법이 빨리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을 기다리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